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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기쁨을 만나다

책 속에서 만나는 위대한 영혼

  • 입력 2021.05.03 09:56
  • 수정 2021.05.03 10:22
  • 기자명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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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마크 트웨인

법정 스님 / 내가 사랑한 책들/문학의 숲/18,000원
법정 스님 / 내가 사랑한 책들/문학의 숲/18,000원

 

법정 스님이 가신 지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그분의 울림 깊은 목소리는 들릴 듯핟다. 자신의 이름으로 더 이상 책을 내지 말라고 유언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세상, 힘든 사람들, 아픔이 넘치는 이 땅에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았나보다. <스스로 행복하라>는 책이 잔잔한 울림으로 독자들을 불러내고 있으니.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그분의 책을 찾곤 했다. 매서운 눈빛 속에 세상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신 단아한 문장 속에 살아계시니. 그러니 보이지 않음에도 보이는 것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선승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회자되리라. 혼자 살다 가셨으되 혼자이지 않으며, 무소유를 외쳤음에도 그분의 날선 문장을 허락도 없이 소유하며 위로 받는다.


책은 친구와 닮았다. 영혼이 통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건 어느 순간이건 늘 생각나는 사람이다. 그리움과 추억을 함께 나누면서도 침묵으로도 같이 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다. 피상적인 만남을 하는 사이에서나 있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에 얽혀 있거나 정신적인 만남이 아닌 관계라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난 건 오래 전 겨울방학 때였다. 방학이 주는 첫 번째 설렘은 단연 책을 만나는 기쁨이었다. 지역 도서관을 드나드는 생쥐가 돼 책을 맛있게 먹는 식탐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니! 특히 의도하지 않고 서가를 누비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진품명품이거나 진귀한 보석일 때의 희열은 첫사랑에 눈뜨던 순간에 비길까.

이 책을 읽어내던 순간 책의 여백에 내 생각을 쓰고 싶고 밑줄을 치고 싶던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내 생각을 고르고 숨결을 가다듬으며 감동을 억눌러야 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 50권이 아름다운 생각의 접시에 색깔 별로 차려져 있다. 그것도 시대의 정신이었던 법정 스님의 육성으로 소개된 선각자들의 목소리가 그득하다. 서평보다는 품격이 높고 책 소개라기에는 가슴 뭉클한 진솔함이 넘친다.

그 무렵 학교 교사독서동아리에도 적극 추천하여 구입하게 한 책이다. 선생님들의 영혼을 울리고 감동시켜야 학생들을 달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한창 바쁜 3월이 지나 봄꽃이 만개한 4월 어느 날 벚꽃 핀 정원이 보이는 가로수길 카페에서 이 책을 읽은 소감과 감동을 나누던 일이 추억이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두 번째 읽으니 새로운 대목들이 다시 보여서 놀라웠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의 대부분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다. 그럼에도 세상을 바꾸는 생각들이 담긴 동서양의 선각자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감동을 선물해준다.

특히 인간과 자연과 사회를 통찰하며 청정한 삶을 살다 가신 법정 스님의 영혼의 거름망을 거친 책이니 무조건 읽어도 좋고 가보로 소장하여 대물림해도 좋을 만큼 귀한 책이다. 삶을 살아내기 위한 지침서로서  정신이 번쩍 드는, 깨달음을 몰고 온 일자천금이 가득하여 가르침이 넘쳐나는 책이다.

“진정한 상실과 고통을 체험한 사람만이 삶의 소중함과 경이를 깨닫고 삶을 축복할 수 있다.-289쪽
“서로가 나눈 사랑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주고 죽음 이후에 더욱 강렬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의 기억은 영혼의 안식처가 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감사의 마음으로 삶을 헤쳐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는. -291쪽

이 책에 등장하는 책의 저자들은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분들이다. 눈에서 멀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눈에 들어온 적도 없는 분들이다. 그러나 내 영혼의 끈이 그분들과 맞닿아 있음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 몇 줄의 문장에 나와 생각이 일치되는 지점을 만날 때마다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모두 한 생명체임을 느끼며 전율하게 되니, 우주적 자아이리라. 마치 깊은 명상에 빠질 때 느끼는 절정적 체험을 책을 읽는 동안 느끼게 한 최고의 책이다.

50권의 책을 읽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시각을 맛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주는 기쁨에 동참하시길 바란다. 선물 중에 최고는 책이다. 값도 싸고 오래가는 기쁨이 담겨 있으니. 세상을 떠난 노스님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귀한 가르침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 분의 책이 절판된 아쉬움도 이 책으로 밀어낼 수 있으리라.  이 책은 최근 몇 년 동안에 만난 책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 길에 동행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으로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니 책은 연인이 분명하다. 짝사랑만 해도 행복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존재가 광활한 우주 속에 나도 하나의 소우주로 윤회를 거듭하는 작은 생명체임을 자각했고, 일상의 순환이 감사함과 행복함의 연속이었음에 다시금 오늘을 사랑하려 한다.

아침독서를 하러 도서관으로 오종종 몰려오던 금성초 천사들이 그립다. 이른 아침 도서관에 들러 내게 눈맞춤으로 목례를 하고 곧장 책을 읽던 새싹들!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을 향해 달려오는 수선화처럼 맑은 아이들의 발소리가 참 고맙고 예뻤던 그날들이 그리운 5월 아침이다.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이른 아침 도서관 문을 열고 아이들을 반겨주고 싶다. 학교를 떠난 뒤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내 삶을 거슬러 다시 책을 사랑하는 삶을 시작하고 싶다.
 
學問은 如逆水行丹니 不進側退니라.
학문은 물을 거슬러 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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