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쑥국 끓이기
이상인
어느새 쑥이 튼실하다.
돋아나는 봄 새싹을 톡톡 딴다.
바지락에 쑥국을 끓여서 먹으면
내 몸속으로 들어온 쑥들이
우북하게 자라서 쑥대밭이 되겠지
나는 그 쑥대밭이 귀찮아져서
하릴없이 갈아엎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봄,
이렇게 고개 내민 싱싱한 쑥들을
지난 이야기처럼 캐어다가
바지락 쑥국을 끓여 훌훌 마시겠지
그럼 내 몸속에 쑥쑥 쑥이 자라고
질겨진 쑥대가 창창한 하늘을 가리고
향긋한 쑥 냄새가 내내 진동한다는 것인데
이런 별스러운 생각을 하다 보니
드디어 쑥국 완성, 그거 상큼한 게 맛나네.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