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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그늘에서 상처를 달래다

- 3학년 국어 수업 교정에서 실시하다

  • 입력 2021.04.07 13:26
  • 수정 2021.04.07 13:32
  • 기자명 고흥여자중학교(고흥여자중학교) 홍보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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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유난히 청명한 봄날, 고흥여중에서는 교정의 하얀 벚꽃 그늘이 잠시 교실이 되었다. 3학년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백00 교사는 마침 그날 수업할 교과 단원이 유안진의 시 상처가 더 꽃이다라서, 꽃이 활짝 핀 어린 매화나무 대신 갈라지고 뒤틀린 고목을 더 놀라워하며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감동하는 구경꾼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상처가 더 꽃이구나.’ 깨닫는 시 화자의 마음을 학생들이 자신의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시 수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날 국어 수업을 이렇게 지붕 없는 교실에서 하게 된 3학년 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했다가 상처의 의미를 담은 시를 읽으며 잠시 교정의 늙은 벚나무를 어루만지거나 벚나무 머리에서 빛나는 꽃을 바라보며 문학에 담긴 삶과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2018년 봄까지만 해도 고흥여중 교정에는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늙은 벚나무 두 그루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꽃 대궐을 자랑했다. 그러다 한 그루가 세월을 견디지 못해 말라죽고 남은 나무는 홀로 몇 년 동안 봄을 맞이하며 외로운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홀로 남은 이 벚나무도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은 늙은 벚나무와 함께 하며 기나긴 세월 속에서 입은 나무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안아주었다. 그리고 삶의 풍파를 이겨내고 오늘 이렇게 화려한 꽃을 피운 모습에 경탄하고 고마워하면서 학생들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상처들도 드러내어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또한 이날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은 이후 활동으로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심미적 관점에서 자신의 경험을 끌어내 시로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상처가 더 꽃이다’는 우리 모두의 암묵적인 동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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