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여! 그대는 진정한 자유를 노래하고 있구나. 그대는 맨몸으로 추위와 싸우고 있으며 서릿발을 온몸으로 이겨내고 있구나. 그래서 사람들은 그대를 얼음 같은 모습과 옥 같은 바탕(빙자옥질, 氷姿玉質)을 지녔으며, 그대의 그윽한 향기가 천지를 떠돈다(암향부동, 暗香浮動)고 말하지 아니한가.
매화여! 그대는 당당하게 자연에게 노(NO)라고 말을 하는 구나. 자연이 주는 가혹한 운명을 이겨내며 너만의 지조와 절개를 노래하고 있구나. 얼핏 보면 자연에게 순종하는 것 같지만, 자연의 강압을 너만의 힘으로 극복하며 꽃향기를 준비하고 있지 아니한가.
이렇듯 너를 사랑하는 삶을 감상하다 보니 이제야 올바른 자유의 의미를 정의할 수 있겠구나. 자유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마음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란 멈출 수 있는 힘이요, 그만둘 수 있는 힘이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의지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노예의 삶보다는 주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매화처럼 자신을 사랑하며 NO 라는 말을 정확히 하기 때문이다. 혹여 갑질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홀연 그의 곁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3쌍이 결혼하면 1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하늘이 놀라고 땅이 꺼질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H양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 사람에게서 매사에 그녀를 챙겨주는 아빠 표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 몰래 이혼 서류 및 도장을 핸드백에 보관하고 있다.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다든가 가식적인 사랑을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그의 곁을 떠나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요 헌신하는 것이지만 가짜 사랑은 받는 것이요 위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시절 아빠 표 마음을 주었던 그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식적인 말과 위선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 H양이 이혼 서류와 도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는 과연 H양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H양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때론 시어머니에게 NO라고 말하지만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한 없이 공경하며, 때론 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보여주지만 끝없이 남편을 사랑하는 그녀는 매화꽃 삶을 살고 있다.
독일 철학자 슬로터다이크는 '냉소적 이성비판'이라는 책에서 '노'와 '예스'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노'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능력은 '예스'의 유일하게 타당한 배경이 되며, 이 둘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윤곽이 비로서 뚜렷해진다."
그렇다.'예스'에 힘이 있으려면 '노'라는 단어에 강한 엑센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H양의 시어머니 공경과 남편 사랑은 굴종과 강압의 표현이 아니라 자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H양의 "노"라는 말속에는 "예스"라는 긍정의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진정한 "아니오"요 겉과 속이 하나인 "예스"다.
요즘 H양은 많이 아파하고 있다. 멈출 수 있는 결혼생활,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위태롭게 아빠표 마음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많은 H양들이여! 기억하라. 결혼할 때 핸드백에 이혼서류와 도장을 준비하라. 결혼하고도 장롱안의 가방에 옷을 가득 넣어 두어라.
앞으로 수많은 H양들은 '원하는 삶, 주인의 삶,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녀들이 칼날 같은 매화꽃 향기로 온 세상을 재단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