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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하나는 YES

그녀들이 칼날 같은 매화꽃 향기로 온 세상을 재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 입력 2021.02.22 09:58
  • 수정 2021.03.02 16:16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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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여! 그대는 진정한 자유를 노래하고 있구나. 그대는 맨몸으로 추위와 싸우고 있으며 서릿발을 온몸으로 이겨내고 있구나. 그래서 사람들은 그대를 얼음 같은 모습과 옥 같은 바탕(빙자옥질, 氷姿玉質)을 지녔으며, 그대의 그윽한 향기가 천지를 떠돈다(암향부동, 暗香浮動)고 말하지 아니한가.

자유란 멈출 수 있는 힘이요, 그만둘 수 있는 힘이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의지이다.
자유란 멈출 수 있는 힘이요, 그만둘 수 있는 힘이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의지이다.

매화여! 그대는 당당하게 자연에게 노(NO)라고 말을 하는 구나. 자연이 주는 가혹한 운명을 이겨내며 너만의 지조와 절개를 노래하고 있구나. 얼핏 보면 자연에게 순종하는 것 같지만, 자연의 강압을 너만의 힘으로 극복하며 꽃향기를 준비하고 있지 아니한가.

이렇듯 너를 사랑하는 삶을 감상하다 보니 이제야 올바른 자유의 의미를 정의할 수 있겠구나. 자유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마음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란 멈출 수 있는 힘이요, 그만둘 수 있는 힘이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의지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노예의 삶보다는 주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매화처럼 자신을 사랑하며 NO 라는 말을 정확히 하기 때문이다. 혹여 갑질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홀연 그의 곁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3쌍이 결혼하면 1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하늘이 놀라고 땅이 꺼질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H양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 사람에게서 매사에 그녀를 챙겨주는 아빠 표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 몰래 이혼 서류 및 도장을 핸드백에 보관하고 있다.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다든가 가식적인 사랑을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그의 곁을 떠나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요 헌신하는 것이지만 가짜 사랑은 받는 것이요 위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시절 아빠 표 마음을 주었던 그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식적인 말과 위선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 H양이 이혼 서류와 도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는 과연 H양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H양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때론 시어머니에게 NO라고 말하지만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한 없이 공경하며, 때론 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보여주지만 끝없이 남편을 사랑하는 그녀는 매화꽃 삶을 살고 있다.

H양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H양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독일 철학자 슬로터다이크는 '냉소적 이성비판'이라는 책에서 '노'와 '예스'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노'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능력은 '예스'의 유일하게 타당한 배경이 되며, 이 둘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윤곽이 비로서 뚜렷해진다."

그렇다.'예스'에 힘이 있으려면 '노'라는 단어에 강한 엑센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H양의 시어머니 공경과 남편 사랑은 굴종과 강압의 표현이 아니라 자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H양의 "노"라는 말속에는 "예스"라는 긍정의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진정한 "아니오"요 겉과 속이 하나인 "예스"다.

요즘 H양은 많이 아파하고 있다. 멈출 수 있는 결혼생활,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위태롭게 아빠표 마음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많은 H양들이여! 기억하라. 결혼할 때 핸드백에 이혼서류와 도장을 준비하라. 결혼하고도 장롱안의 가방에 옷을 가득 넣어 두어라.

앞으로 수많은 H양들은 '원하는 삶, 주인의 삶,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녀들이 칼날 같은 매화꽃 향기로 온 세상을 재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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