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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생이니까.

삶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 입력 2021.02.19 10:28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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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아픔은 밥과 같은 생필품이다. 그것도 영속적인 생필품이다. 오늘도 M씨는 외딴 섬에서 설산을 걷고 있다.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부러울 것이 없는 M씨에게 무슨 아픔이 있겠냐고 종종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을 속단하지 말라. 그 또한 사람이며 단지 한 생명일 뿐이다.

 

 

애석하게도 신(神)은 M씨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신(神)은 M씨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M씨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분절적인 삶을 살았다. 학교에서도 일등이었지만 사회에서도 오직 일등만을 독차지했다. 주위 사람들은 M씨에게 삶의 승리자라는 월계관을 씌어 주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신(神)은 M씨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주위 사람들이 M씨의 삶을 무지개의 빛깔로 해석하며 살았던 것이다.

 

무지개는 다양한 색깔을 지녔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 등 이렇게 다양한 옷을 입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만의 색깔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때는 빨강, 주황, 노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초록도 아니요 파랑도 아니며 더욱이 남색과 보라색도 아니다. 무지개는 7곱 가지 색깔이 겹치면서 하나의 본질을 유지할 뿐이다. 어떤 경계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무지개를 이름지우 듯이 M씨의 삶을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외로운 섬에서 설산만을 향하고 있을까? M씨는 50대 초반으로 고위 공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 년 전 뜻밖의 사고로 자식을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으며 몇 달 전에는 아내마저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M씨의 삶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얼마 전 아내마저 하늘나라로 보낸 M씨는 공직 생활을 정리하고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연 M씨의 마음은 치유될 수 있을까?

 

 

M씨여! 내일의 설산 길은 따뜻한 햇살이 기다릴 것이다.
M씨여! 내일의 설산 길은 따뜻한 햇살이 기다릴 것이다.

 

 

우린 삶을 통계적 상관관계나 투입과 산출 관계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정부분 관련이 있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삶을 전기적(傳記的) 이야기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삶은 분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관계로 얽혀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린 실제로 살아가는 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변화를 겪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7곱 색깔로 분절하는 것은 마치 삶을 실패와 성공으로 절단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M씨의 인생을 원인과 결과 관계로 토막 내지 말아야 한다. 그럴수록 M씨의 실제 삶의 모습은 왜곡될 뿐이다. 삶은 우리에게 무지개를 보여 주었을 뿐인데 우린 무지개에 서툰 색칠을 하며 객체화시켜 버렸다. 마치 그것이 정답인양 말이다.

 

M씨여! 오늘 당신이 향하는 설산 길은 강풍과 함께 하겠지만 내일의 설산 길은 따뜻한 햇살이 기다릴 것이다. 그게 인생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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