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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사랑하지 마라

부모들이여! 자식들에게 삶의 감수성을 배울 기회를 많이 주자.

  • 입력 2021.01.26 09:27
  • 수정 2021.01.27 09:44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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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는 아이를 격정적으로 사랑한다. 어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과연 그 사랑이 온전한 사랑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격하게 사랑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격하게 사랑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김선우 시인은 '고쳐 쓰는 묘비' 라는 시에서 사랑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 한다. "태어날 때의 울음을 기억할 것, 웃음은 울음 뒤에 배우는 것, 축하한다 삶의 완성자여! 장렬한 사랑의 노동자여!"

삶에서 울음은 아픔의 대명사이고, 웃음은 기쁨의 총칭이다. 시인은 울음과 웃음이라는 단어를 통해 사랑과 삶을 통찰한다.

잠시 출산의 순간을 떠올려 보자. 아이는 엄마의 자궁을 떠나면서 몹시도 서럽게 운다. 엄마의 자궁에서 열 달 동안을 보호 받다가 신비의 문이 열리면서 빛의 세계로 보내지기 때문이다. 아이는 처음으로 접하는 낯선 환경에서 백일 동안 한여름의 매미처럼 시끄럽게 울고 또 운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백일이 지나면 방긋방긋 웃기 시작한다. 조금 낯섦의 모습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고마운 마음에 아이에게 백일잔치를 해주면서 머지않아 두발로 걸을 수 있다고 격려한다. 이렇게 아이의 웃음은 울음 뒤에 오는 것이며, 백일 동안의 삶 또한 완성된다.

시인은 '우리는 웃으면서 태어난 생명이 아니라 울면서 세상과 마주해야만 삶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삶은 태어남부터 죽음까지 아픔이라고 진단하고, 울음 속에서 진정한 웃음이 있다고 말한다.

저는 이런 꿈을 디자인하고 있답니다.
저는 이런 꿈을 디자인하고 있답니다.

 

요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K양을 만나보자.

Q : 웃음이 참 곱네요. 많은 사람은 죽을 맛인데 뭐가 그리 좋은가요?

K : 제가 꿈꾸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어릴 때부터 댄스에 관심이 많았고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공부도 제법 했지만 결국 댄스를 선택하며 꿈을 키웠죠.

Q : 부모님이 그 꿈을 방해하지는 않았나요. 대부분의 부모님이 직업을 뒷바라지 하지, 꿈을 꿀 수 있도록 안내하지 않거든요.

K : 부모님도 저의 진로를 고민하셨죠. 다행히 깨어있는 분이라 저의 꿈을 격하게 밀어 주었죠. 지금 생각해 봐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Q : 그럼 전공이 댄스인가요?

K : 아니요. 전 유아교육을 공부했죠. 댄스에 미칠 듯이 몰입하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죠. 많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쩔 수 없이 유아교육으로 전공을 바꾸었죠.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유아교육보다 댄스가 그리워졌어요. 마치 몸 상태가 좋아져서 고심 끝에 방과 후 댄스강사를 택했죠. 다행히 다양한 댄스 자격증이 있어서 결국 방과 후 선생님의 길을 걷고 있죠.

Q : 지금 삶에 만족하세요.

K : 그럼요. 솔직히 월급은 많지 않아요. 그렇지만 생활하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아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쉬고 있지만요.

Q : 혹 다른 직업에 미련이 없나요? 공부 또한 잘 한 걸로 알고 있는데 후회는 없나요?

K : 미련이나 후회는 없어요. 곧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혹 K양이 삶의 아픔을 몸소 겪으며 그것을 마주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 아닐까. 바로 K양이 시인이 '고쳐 쓰는 묘비'에서 말한 삶의 완성자요 사랑의 노동자가 아닐까.

부모들은 아이들이 돈을 신처럼 받드는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길 바란다. 그렇지만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식을 이끌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생각해 볼일이다. 만약 부모의 사랑이 자식의 아픔을 완화시키는 감정이며, 자식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의지라고 정의한다면 더더욱 반성해볼 일이다.

진정한 웃음은 울음 뒤에 맛볼 수 있다.
진정한 웃음은 울음 뒤에 맛볼 수 있다.

자식은 언젠가는 K양과 같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 배고픔, 서글픔, 외로움, 두려움을 느끼며 삶의 특권을 누려야한다. 그게 바로 삶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이여! 자식들에게 삶의 감수성을 배울 기회를 많이 주자. 더불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뿌리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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