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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동천 갈대가 보내는 편지 / 이상인

  • 입력 2021.01.06 14:04
  • 수정 2021.01.06 17:48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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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갈대가 보내는 편지

이상인

 

오늘도 동천 따라 맑은 물이 흘러가고

이야기처럼 새들이 날아와

동천 속살을 헤집으며 목숨을 이어갑니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이때껏 떠나지 않고

강변을 지키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정말 아름답게 빛나는 가을입니다.

 

동천변을 걷는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로 입을 굳게 막고

마음속으로 작년 재작년 같은

자유로운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 날은 언제쯤이나 올까요?

내년, 내후년에는 가능할까요?

잘 보살펴서 지구의 신열이 내리고

맑고 건강해져야

그 품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건강하고

행복해질 거라고

피라미들이 발가락을 간질입니다.

 

당신의 깨어있는 눈과 입과 손끝에

동천과 순천만이 위태하게 매달려있다고

날마다 손 흔들어대는 우리들을

진심으로 잊지 말아주세요.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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