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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짬뽕 먹을게. 그게 바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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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짬뽕 먹을게. 그게 바로 나야.
  • 김광호
  • 승인 2020.05.2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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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짬뽕 먹을래. 그러면 안 되겠니?
나는 그냥 나일 뿐이야.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니?
나는 그냥 나일 뿐이야.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니?

 

 

오늘도 Y군은 어김없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신기하게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너 정말 이렇게 살거야? 너 지금 뭐하니? 제발 공부해라. 옆집 순이는 도서관에 갔고 영희는 학원에 갔잖아? 생각해봐. 공부해서 남 주니? 다 너 잘되라고 하는거야. 알겠니?

 

책을 읽으라는 것도 아니고 영화도 보아서는 안 되고 친구랑 놀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참고 공부(,,,,)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 얻어 돈 많이 벌면 그때 하고 싶은 것 하라는 것이다.

 

삶은 분절성이 아니라 연속성이다. 무지개 색깔처럼 '빨주노초파남보'이다. 어떻게 어느 시기가 되어야만 그것을 온통 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때 가면 더 소소하고도 큰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빨강과 주황의 경계는 모호하다. 모든 색깔의 경계가 모호한 것처럼 삶 또한 알 수 없기에 늘 새롭게 색칠을 해야한다.

 

Y군은 집에서 학교로 갔다. 담임 선생님은 Y군을 정말 사랑했다. 문제는 그 분 또한 엄마의 생각과 똑같다는 사실이다. Y군은 장난꾸러기요 학습보다는 놀이를 좋아한다. 오늘도 친구들이랑 심하게 장난하다가 담임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야 임마, 학교가 놀이터야. 그렇게 장난질하고 놀기만 할거야. 커서 뭐가 될려고 그래. 공부해서 남 주니? 다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알겠니?

 

Y군은 선생님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말대꾸까지 한다.

 

Y: 선생님 저는 공부해서 남 주고 싶어요.

담임 : 요놈 봐라. 뭐라고 공부해서 남 준다고.

Y: 예 선생님. 저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제가 어떤 어른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는 나쁜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국민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만은 생각하는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요. 저 또한 출세 공부를 해서 나쁜 어른이 될까 봐 걱정이예요.

담임 :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그럼 너는 어떤 공부를 하고 싶니?

Y: 지금은 책 읽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운동하는게 정말 좋아요. 종종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Y군은 집과 학교에서 항상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엄마와 담임 선생님는 좋은 어른이 되려면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Y군은 그 말이 도통 들어오지 않았다. 매일 야단치고 벌주는 어른들이 때론 야속하기만 했다.

 

Y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등감을 갖게 되었다. 매일 모멸감, 자괴감을 갖다 보니 자아를 점점 상실한 채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는 것이다. 진짜 삶을 포기 해야하나 점점 미궁으로 빠지곤 했다.

 

오늘따라 Y군의 표정이 밝다. 친구들이랑 좋아하는 운동을 마치고 중국집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은 다 짜짱면으로 통일했는데 Y군만 짬뽕을 먹겠다고 한다. 순간 친구들이 다 쳐다보며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냥 벌이야. 그게 바로 나야.
나는 그냥 벌이야. 그게 바로 나야.

 

 

의리 없게 너만 어떻게 짬뽕을 먹니?

 

그렇지만 Y군은 흔들림 없이 생각대로 짬뽕을 주문하였다. 과연 Y군의 선택이 의리 없는 행위일까? 우린 언제까지 강요된 이념과 규범 속에서 살아야할까?

 

Y군은 참 이상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지금부터는 Y군처럼 자신에게 선택권을 주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안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난 짬뽕 먹을래. 그러면 안 되겠니?”, “ 난 짬뽕 먹을게. 그게 바로 나야.”

 

우리 아이들은 언제쯤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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